변호사가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방법
중압감
변호사는 결국 소송의 승패로 희노애락을 느낀다. 아무리 재판과정에서 치밀하게 변론하고, 의뢰인에게 친절하였다고해도 재판의 결과에서 패소한다면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면목이 없을 뿐더러 스스로 자책하게 되기 마련. 담당사건이 그래도 어느정도 패소가 예견되는 소송이라면 그 결과에 크게 낙담하지 않겠지만, 승패를 예측할 수 없는 소송이나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밖으로 패배의 결과가 나왔을 때에는 참으로 당혹스럽고 안타깝다. 마치 맨유의 뮌헨의 기적 속 3분만에 두 골을 얻어맞은 뮌헨의 수비수 같은 기분이랄까.
중요하고 승패를 예측할 수 없는 소송의 경우, 판결 선고기일이 다가오면 올수록 점점 숙면을 취하기 힘들고, 때로는 재판에서 어이없이 지는 꿈을 꾸기도한다 (꿈은 반대라며 위안삼는다). 얼마전 패소하면 더이상 담당 의뢰인이 우리 사무소에 사건을 주지 않을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이 있었다. 기일이 다가오면 올수록 조금만 더 디테일하게 변론할 껄, 사실조회라도 더 해볼껄 그랬나, 참고서면에 이 부분을 조금 더 강조해서 썼어야 했는데, 등등 후회가 밀려오기도 하고 출근해서도 그 사건 생각에 다른 업무를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그리고 기일에는 합격 발표를 기다리는 응시자 시절의 두근거림과 긴장감이 나를 짓눌렀다. 다행히 승소판결을 받았지만 앞으로의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이런 경험을 수도 없이 해야 할 것이기에, 이 스트레스 또한 진심으로 임했기에 느끼는 감정, 앞으로 나를 찾을 의뢰인들을 위해 마음을 다잡는다.
과중한 업무
변호사의 업무는 많은 편이다. 변호사업계의 경우 보통 저녁 9시까지는 기본으로 일하고 일이 밀려있는 경우는 밤샘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주말출근도 많이 한다. 대부분의 변호사들이 이런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다. 대형펌의 경우도 그렇지만, 해밀과 같이 사무장 없이 변호사가 직접 모든 사건을 처리하는 경우 새벽근무가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오전에는 수원재판을 갔다가, 오후에는 부천으로 가서 2시간동안 당사자들과 사건의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조정절차를 진행하였으나 조정은 불성립되었고, 피곤한 몸을 부여잡고 사무실에 도착하니 저녁 7시, 그리고 책상에는 결재해야 할 서류와 당장 내일까지 처리해야 할 의견서 2통과 준비서면... 어쩔 수 없이 새어나오는 한숨을 스스로 외면한 채 다시 눈에 힘을준다.
의뢰인과의 소통
의뢰인과 소통은 변호사로서의 필수적인 요소인데, 의뢰인과 지속적으로 세부적으로 대화하고 소통해야만 사실관계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그래야만 보다 재판진행을 수월하게 할 수 있고 나를 믿어준 의뢰인에게 최선의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하지만 가끔 의뢰인과 소통이 어려울 때가 있다. 재판에 있어 서로 원하는 바가 다르고 의뢰인이 무리하게 법리, 사실관계에서 벗어나는 주장을 하거나, 변호사를 믿지 못하는 경우 참 난감하다.
어떤 상황이건 최선을 다해 의뢰인을 위한 변론을 진행한다는 점을 의뢰인들이 알아줬으면...
뚜렷한 답이 나오지 않을 때
사건자체가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일 때 해결할 명쾌한 답이 나오지 않을 경우 변호사는 고민한다. 상대방의 준비서면은 우리의 약점을 잘도 찾아 파고 들어오는데, 우리는 이에 대응할 증거도 없고 오직 새로운 법리를 찾아 개발하여야 할 것인데, 도무지 뚜렷한 답을 찾을 수 없을 때 변호사는 괴롭다. 식사를 위해 외출을 나가서도 계속해서 사건이 머리속에 빙빙 맴돌고, 잠을 자려고 누워도 머리속을 떠나지 않고 내 머리속을 헤집어 놓으며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다.
가끔 동료 변호사들과 함께 점심을 먹을 때 마치 기계처럼 무표정으로 밥을 먹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모두 머리속에 저마다 하나의 사건을 채워놓고 사건 생각을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 도무지 답이 떠오르지 않는 사건은 변호사를 무감각한 상태로 만들어 놓는다.
변호사로서의 일이 항상 힘들고 회의감만이 밀려오는 것은 아니다. 어려운 사건을 노력끝에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 의뢰인들의 억울한 사정을 해결해내면 그 순간 나는 세상을 모두 얻은 것처럼 깊은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앞서 말한 모든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인 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