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경기 중 일어난 부상, 소송 가능할까?

서울중앙지법 민사93단독 박창희 판사는 최근 KB손해보험이 A씨와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2018가단5223378)에서 원고패소 판결했습니다.

 

A씨는 2017년 5월 B대학교에서 개최된 학과별 축구대회에 참가했는데, 경기 중 상대편 선수의 옷을 잡아당겨 상대 선수가 넘어지면서 허리를 땅에 부딪쳐 흉추 압박골절 등의 상해를 입었습니다.

 

B대학교와 영업배상책임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있던 KB손해보험은 피해 선수에게 보험금으로 3800여만원을 지급했는데 이후 "상대 선수의 옷을 잡아당기는 것은 축구경기 규칙 위반이며 사회적 상당성의 범위에서도 벗어난 것으로 상대에 대한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A씨와 A씨의 보험사인 메리츠화재를 상대로 "과실비율 80%에 해당하는 31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박 판사는 "운동경기 참가자는 자신의 행동으로 다른 경기자 등이 다칠 수 있기에 규칙을 준수하며 다른 경기자의 생명이나 안전을 확보할 신의칙상 주의의무인 안전배려의무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다수의 선수가 한 영역에서 신체 접촉을 통해 승부를 끌어내는 축구 등의 운동경기는 경기 자체에 내재된 부상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경기 참자가는 예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의 위험을 어느 정도 감수하고 경기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 사고는 신체 접촉이 수반되는 축구경기에서 종종 발생할 수 있는 사고이며 A씨가 고의로 반칙을 해 상대방에 부상을 입히려고 했다거나 A씨의 규칙 위반 정도가 무겁다고 보기 어렵다. A씨의 행위는 경기 도중 통상적으로 발생하고 예상되는 범위 안에 있으므로 A씨가 사회적 상당성의 범위를 벗어나는 반칙 행위를 해 신의칙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저버린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상식적으로 '흉추 압박골절까지 일어났는데 상대방에게 왜 책임이 없는가?' 라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지만 축구 경기에서 발생하는 모든 신체 접촉은 상대방에 대한 폭행이 성립될 수 없는데, 이유는 운동경기란 처음부터 선수들 간의 신체 접촉을 전제로 열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혹 경기 중 상대방의 반칙으로 피해를 입었다 해도 이러한 행위는 위법성이 없어 처벌받지 않는 것인데요.

 

위 사건은 유니폼을 끌어당긴 행위에서 그쳤습니다만, 실제 폭행이 일어난 경우에는 법은 어떤 판단을 내릴까요?

 

앞서 처음 링크한 포스팅을 읽어보시면 이와 관련하여 자세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축구팬이라면 익숙한 이름인 맨유 출신 로이킨은 경기 중 최근 도르트문트로 이적한 엘링 할란드의 아버지인 알피 할란드의 선수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실제 은퇴수순) 거친 태클이 있었는데, 이는 축구계에서 유명한 복수극으로 회자되고 있지요. 하지만 로이킨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로이킨-홀란드의 첫번째 충돌이었던 로이킨 부상 상황에서 할란드는 침을 뱉지도 않았고, 욕설을 퍼붇지도 않았습니다. 이는 잘못알려진 정보이기도 하죠. 로이킨 자서전의 대필작가가 예술적 허용을 이용해 조금의 각색이 이루어진 내용이 알려진 것입니다.

 

무튼 본론으로 들어와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축구경기에서 일어난 사회적 상당성의 범위에 해당하는 경기 중 신체접촉은 법으로 처벌 받지 않습니다. 형사처벌은 물론이고 위 민사소송에서도 볼 수 있듯 이는 '경기 중 일어난 불의한 사고'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톰밀러에게 정강이 복합골절을 당한 이청용도, 손흥민과 오리에와의 충돌에서 끔찍한 부상을 당한 앙드레 고메즈도 법적으로 상대방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