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형사·이혼전문 법률사무소 해밀
언론보도에서 피의자 실명을 공개하는 기준 본문
언론 보도를 접하다보면, 어떤 범죄 사건에서는 피의자의 실명을 공개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피의자의 이름을 익명으로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범죄 사실이 재판을 통해 확정되지 않은 상태의 사람은 언론에 실명이 다 공개돼버리고 나면, 이후 무죄판결을 받더라도 기존의 보도들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사회적 낙인을 받게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하고 무조건 피의자의 실명을 비공개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럼 어떤 때에 실명보도를 할 수 있고, 어떨 때에는 비실명으로 보도를 해야 하는 걸까요?
관련 조항
- 헌법
제21조 ④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제27조 ④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
-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제751조(재산 이외의 손해의 배상) ① 타인의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
국민의 알 권리 vs 피의자의 권리
일반 국민들은 사회에서 발생하는 제반 범죄에 관하여 알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대법원 1999. 1. 26. 선고 97다10215, 10222 판결).
일반적으로 방송사나 신문사와 같은 대중 매체의 범죄사건 보도는 범죄 행태를 비판적으로 조명하고 그에 대한 사회적 대책을 강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범죄사건 보도는 일반적으로 공공성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대법원 1998. 7. 14. 선고 96다17257 판결).
하지만 범죄에 대해 알 권리가 있으니, 범죄자의 실명까지 알 권리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언론기관은 상당한 권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언론보도를 항상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건 아니지만, 언론보도를 접한 많은 사람들이 보도 내용을 그대로 진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언론보도는 광범위하고도 신속한 전파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범죄 사건의 피의자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죠. 그러니 범죄사건의 피의자에 대해 보도를 할 때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피의자는 엄밀히 말하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아니라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의심을 받고 있는 사람’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까지는 무죄로 추정됩니다(헌법 제27조 제4항).
실명보도를 하기 위한 요건
피의자의 실명을 공개하면 피의자의 범죄사실을 알게 되는 사람들의 범위가 훨씬 확대되고 피의자를 더 쉽게 기억하게 되어 그에 따라 피의자에 피해가 훨씬 커지므로 조심하여야 하는데, 그렇다고 실명보도를 전혀 할 수 없는 건 아닙니다.
실명보도를 하기 위해서는, “피의자의 실명을 보도함으로써 얻어지는 공공의 정보에 관한 이익”과 “피의자의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이 유지됨으로써 얻어지는 이익”을 비교합니다.
그럼 언제 공익이 더 크다고 볼 수 있을까요? 물론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사안에 따라 다르게 판단해야 하고, 그야말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이기 때문입니다.
언론의 범죄 피의자 실명 공개에 관한 기준을 설명한 대법원 판례가 있습니다. 해당 판례에 보이는 법원이 내세우고 있는 판단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7다71, 판결).
A언론사는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X 상조회의 사회적 약자들을 상대로 한 횡령사건을 보도했다. 당시 방송에서는 직접 X 상조회와 그 이사장의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으면서도, 상조회의 고금리 이자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프로그램 자막과 담당 프로듀서의 설명 등을 담아 해당 사건을 상세히 보도했다.
이에 X 상조회 측은 자신들과 이사장의 실명이 간접적으로 공개돼 많은 사람들은 A언론사의 프로그램에서 언급한 내용들이 자신들을 지칭하는 것임을 특정할 수 있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A언론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X 상조회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우선 "언론기관이 범죄사실을 보도하면서 피의자를 가명이나 두문자 내지 이니셜 등으로 특정하는 경우에는 그 보도 대상자의 주변 사람들만이 제한적 범위에서 피의자의 범죄사실을 알게 될 것이지만, 피의자의 실명을 공개해 범죄사실을 보도하면 피의자의 범죄사실을 알게 되는 사람들의 범위가 훨씬 확대되고 피의자를 더 쉽게 기억하게 돼 법익침해의 정도도 훨씬 커질 것"이라고 전제했다. 실명보도가 익명보도에 비해 피의자에게 주는 영향력이 큰 점은 인정한 것이다.
- 범죄사실의 내용 및 형태
- 범죄 발생 당시의 정치·사회·경제·문화적 배경과 그 범죄가 정치·사회·경제·문화에 미치는 영향력
- 피의자의 직업, 사회적 지위·활동 내지 공적 인물로서의 성격 여부
- 범죄사건 보도에 피의자의 특정이 필요한 정도
- 개별 법률에 피의자의 실명 공개를 금지하는 규정이 있는지 여부
- 피의자의 실명을 공개함으로써 침해되는 이익 및 당해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의 광범위한 정도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피의자의 실명을 공개하여 보도하는 것이 허용될 수 있습니다.
- 사회적으로 고도의 해악성을 가진 중대한 범죄인 경우
- 사안의 중대성이 그보다 다소 떨어지더라도 정치·사회·경제·문화적 측면에서 비범성을 갖고 있어 공공에게 중요성을 가지거나 공공의 이익과 연관성을 갖는 경우
- 피의자가 갖는 공적 인물로서의 특성과 그 업무 내지 활동과의 연관성 때문에 일반 범죄로서의 평범한 수준을 넘어서서 공공에 중요성을 갖게 되는 등 시사성이 인정되는 경우
'형사소송 풀어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케빈스페이시 성추행 일지 (0) | 2020.03.17 |
---|---|
형사조정제도의 절차, 그리고 합의 (0) | 2020.03.12 |
버스에서 레깅스를 입은 여성을 촬영한 것은 카메라등이용촬영죄에 해당할까? (0) | 2020.03.10 |
킹리적 갓심(합리적 의심)의 의미 (0) | 2020.03.06 |
해밀의 성추행 변호 성공사례 (0) | 2020.03.05 |